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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또는 다녀온 집

광장동 강남면옥

명절이 다가오니 갑자기 생각난 냉면집입니다. 이삼년전 추석명절에 처가에 가는 길에 느끼한 속을 달래고자 우연히 찾았던 함흥냉면 전문점입니다. 명절에는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는데요, 본가에서 차례를 지내고 처가에 가는 길에 열려있는 냉면집이 있으면 항상 비빔냉면 한그릇해서 느끼한 속을 달래곤 합니다. 이 집은 처가 가는 길에 있는 집은 아닌데 길이 막혀 돌아가던 길에 어디 냉면집 없나 하는 찰라에 발견한 집입니다. 그때 이후로 명절에 처가에 갈때는 항상 들러서 냉면 한그릇하고 넘어가는게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위치는 광장동 삼성쉐르빌 아파트 상가1층에 있구요, 예전에는 명절 당일에 냉면 한그릇하려면 간단하게 대형마트 푸드코트를 가면 되었는데, 요즘은 대형마트도 명절에 쉬는 곳이 많아 냉면집 찾기가 엄청 힘들어졌습니다. 다행히도 몇년째 쉬지 않고 명절 당일에 확실하게 영업하는 집을 찾았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호가 강남면옥이길래 혹시 압구정동에 있는 강남면옥과 관계있나 했더니, 압구정에 있는 강남면옥이 본점이고 여기는 광장점이더군요. 면요리야 워낙 다 좋아 하고, 혼밥할때 즐겨하는 메뉴가 갈비탕이나 육개장, 뼈해장국 이 정도인지라 압구정에 있는 강남면옥에서도 갈비탕 여러번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뭐 이런 대형 면옥집이야 식당 깨끗하고 음식 깔끔하고 혼자 들어가서 먹기도 나쁘지 않고 여러모로 실패할 확율이 적은 집이지요. 마찬가지로 강남면옥 광장점 또한 갈비탕도 괜찮고 간자미무침이 올라가는 회냉면도 먹을만 합니다. 체인점이지만 이런 대형 면옥집은 어느 분점을 가더라도 맛이 평준화 되어 있고, 관리도 잘되어 있어서 굳이 메뉴가 냉면으로 결정되면 맛집 힘들게 찾아 다닐거 없이 선택해도 나쁘지 않죠.

 

 

 

 

냉면전문점 답게 수육메뉴도 있구요, 자리에 앉으면 육향 가득한 육수도 주전자로 가져다 주어서, 겨울에 추울때 식사전에 뜨끈하게 한잔하면 아주 좋습니다. 비빔냉면 싫어하는 딸내미 때문에 함흥냉면집에서 물냉면을 꼭 시켜야 하지만 이런 집에서 설마 다시다 육수에 말아주지는 않을테니 안심도 되구요, 실제 물냉면 육수도 괜찮습니다. 평양냉면집에서는 비빔냉면 안먹고, 함흥냉면집에서 물냉면은 안먹는게  공식처럼 되어 있지요. 아무래도 평양냉면은 닝닝하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냉면국물과 메밀향 가득한 면발을 즐기러 가는 곳이고, 반면에 함흥냉면집은 고구마 전분을 사용해서 쫄깃거리는 면발에 참기름향 가득한 매콤달콤한 양념장의 비빔냉면을 즐기러 가는 게 사실 맞는 말이죠. 이 집 비빔냉면 역시, 물론 가격대가 있기는 하지만 양도 넉넉한 편이고 아주 기본에 충실한 비빔냉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거기에 쫄깃한 식감의 매콤달달한 간자미무침이 꾸미로 올라가는 회냉면은 별미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간자미무침 보다는 강원도식 황태무침이 올라간 냉면을 더 선호합니다만. 쫄깃한 식감은 간자미무침이 훨씬 더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강원도식 황태무침이 올라가는 비빔냉면집이 롯데몰은평점에 있더군요. 황태무침이 올라간 회냉면은 다음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메뉴에 회냉면과 섞어냉면이 있는데 두가지 가격을 같습니다만, 회냉면은 간자미무침이 더 많이 올라가고, 섞어냉면은 면이 좀 더 많고 간자미무침은 좀 덜올라가는 차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간자미무침도 적당히 올라가 있고 면도 적당한 섞어냉면을 주로 주문해서 먹지요. 추석에는 주로 냉면으로만 먹지만 추운 겨울인 설에는 뜨끈한 갈비탕 한그릇도 같이 할때가 있는데, 갈비탕 역시 국물 깔끔하고 잡내없이 좋습니다.  이제 곧 추석명절인데 이번에도 별일없는 한 냉면 한그릇하러 들릴 예정입니다.

 

 

함흥냉면

 

정의

녹말가루를 주재료로 한 질긴 국수에 생선회를 얹어 만든 비빔국수.

내용

함흥지방 향토음식의 하나인데 회냉면이라고도 부른다. 함경도와 강원도 일대는 질이 좋은 감자가 많이 산출되므로 감자를 소재로 한 향토음식이 여러가지 개발되어 있다.

함흥냉면도 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감자녹말을 주원료로 하여 매우 질긴 국수를 만들고, 함흥지방 바닷가에서 잡히는 신선한 가자미로 회를 떠서 양념하여 얹어 먹는다. 맵게 양념하여 비벼 먹는 냉면으로 평안도의 메밀 물냉면과 대조된다.

함경도지방에서는 먼저 가릿국이 음식점에서 팔렸고, 다음에 이 회냉면이 번지기 시작하여 유명하여졌다. 6·25 이후에는 월남민에 의해서 남쪽지방에도 알려지게 되었는데, 함경도지방과는 풍토가 달라 재료에 차이가 나고 있다.

먼저 냉면국수에 들어가는 녹말이 감자녹말에서 제주도의 고구마녹말로 바뀌었으며, 회도 가자미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홍어회로 바뀌게 되었다. 본래 북쪽지방은 매운 것을 많이 먹는 식성이 아닌데 이 냉면만은 유독 매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함흥냉면 [咸興冷麵]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평양냉면

정의

평양 지방의 향토음식.

내용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찬 냉면 국물에 말아먹는다. 평양은 서북부의 문화·경제의 중심지로 들이 넓어 밭곡식이 많이 나며 황해에 면하여서 어물도 많고 과일도 풍성하여 먹는 것을 즐기는 고장이다. 음식은 양념을 적게 하여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미()를 즐긴다.

이러한 풍토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만드는 법은 먼저 사골뼈를 푹 끓이다가 사태살을 넣고 삶아내어 건진다. 육수는 뼈를 골라내고 차게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고기는 편육으로 썰어놓는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반반 정도로 섞어 소금·묽은장·식초로 간을 맞추어 냉면 국물을 만든다.

메밀가루와 녹말을 섞어서 익반죽하여 국수틀에 넣고 눌러서 국수를 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건져서 사리를 만든다. 배도 얇게 썰고 동치미무도 길쭉하고 얇게 썬다. 겨울에는 통배추 김치줄기도 길쭉하게 썬다. 큰 대접에 사리를 담고 편육·김치·삶은 달걀·배 등을 얹고 찬 육수를 붓는다. 식성에 따라 식초·설탕·겨자 등을 넣어서 먹는다.

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동치미 국물이다. 큰 독을 땅에 묻고 배추에 비하여 무를 많이 넣으며, 양념은 고추를 많이 쓰지 않는다. 국물은 심심하게 하고 넉넉히 부으며, 젓국은 조기젓이나 새우젓을 조금 쓰기도 하고 안쓰기도 한다. 국물이 익으면 얼음같이 차고 시원하여 냉면 국물에 적합하다.

예전에는 꿩을 삶은 국물을 이용하였으나 지금은 꿩이 귀하여 쇠고기와 사골을 쓰고 있다. -20℃ 내외의 강추위 속에서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몸을 녹여가며 이가 시린 찬냉면을 먹는 것은 이냉치냉의 묘미가 있다.

≪동국세시기≫에서도 냉면을 겨울철 시식으로 꼽으며 서북의 것이 최고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평양 지방에서 즐기던 냉면은 6·25사변 이후 월남민에 의하여 전국에 퍼지게 되어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평양냉면 [平壤冷麵]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냉면에 대한 황교익 선생의 글입니다.

 

팔도식후경

서울 냉면

평양과 함흥의 이름으로 먹는다

냉면은 면의 재료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메밀 냉면과,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냉면이다.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냉면을 하나의 냉면으로 분류한 것은 감자든 고구마든 그 전분으로 내린 면의 맛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은 이를 특별히 구별하지도 않는다. 메밀 냉면은 대체로 차가운 국물을 더하여 먹고,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냉면은 매콤달콤새콤한 양념으로 비벼 먹는다. 물론, 양념에 비벼 먹는 메밀 냉면도 있고, 국물에 말아 먹는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냉면도 있다. 흔히 메밀 냉면은 평양냉면,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냉면은 함흥냉면이라 부른다.

 

메밀 냉면, 평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반도는 밀 재배 적지가 아니다. 오랜 옛날부터 연질 밀을 일부 재배하기는 하였지만, 식량작물로 삼을 만큼 풍족하지 않았다. 밀과 보리는 생육 시기가 같은데, 한반도 사람들은 밀 대신에 보리를 선택하였다. 알곡으로 밥을 해먹는 음식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밀 재배를 등한시한 것이다. 그래도 한반도에는 밀을 대신할 수 있는 분식의 재료가 있었는데, 메밀이다. 메밀은 여름 재배 작물이다.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 한반도의 산간지에서는 이 메밀을 많이 심었다. 이 메밀을 가루 내어 반죽하고 국수로 만들어 먹은 역사는 아주 길 것이다. 메밀은 글루텐이 극히 적어 반죽하여 늘리지를 못하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녹두에서 얻은 전분, 즉 녹말을 썼다. 그래도 반죽을 늘리기는 어려워 넓게 펴서 칼로 썰거나 국수틀에 눌러 면을 뽑았다. 요즘은 메밀 가루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 밀가루 등을 더하여 면을 뽑는다.

일제강점기에 평양냉면이 이름을 얻으면서 메밀 냉면이 평양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는 착각을 하는 일이 잦다. 메밀로 면을 뽑아 국수를 말아 먹는 전통은 한반도 전역에 있었다. 한반도 곳곳의 메밀 냉면 중에 평양의 것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메밀 냉면을 파는 가게들이 다들 평양냉면을 낸다고 간판을 붙여 그리 된 것일 뿐이다. 냉면이 주요 외식 상품이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의 일인데, 그 당시부터 서울에 냉면집이 흔히 있었고, 물론 평양에도 냉면집이 있었다. 그 맛은, 평양이 우위라는 평가가 있었다. 1926년 8월 21일자 동아일보 글의 일부이다. "냉면이란 어디 것 어디 것 합니다만 평양냉면 같이 고명()한 것이 없습니다. 이곳 냉면은 첫째 국수가 좋고, 둘째 고기가 많고, 셋째 양념을 잘합니다. … 서울에서는 제 아무리 잘 만드는 국수라도 밀가루를 섞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순전한 메밀로만 만들며, 쇠고기, 돼지고기를 서울보다 갑절씩이나 넣는데, 평양육이 얼마나 맛있는지 형도 이미 아시는 바이라 누누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 고기국물이라도 서울냉면 국물은 맹물에 간장을 끼얹은 것 같아서 한 모금도 마실 만하지 않지만 이곳 냉면 국물은 고기 삶아낸 국물 그대로 차게 해서 붓는 것이라 맛이 훌륭합니다." 1948년 경향신문에 서울시민이 투고한 글에 이런 것이 있다. "평양냉면. 냉면옥()에는 흔히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평양냉면이 아무리 맛있은들 삼팔선을 넘어 운반해왔단 말인가요. 서울서 만드는 냉면을 평양냉면이란 새빨간 거짓말."

감자 혹은 고구마 전분 냉면, 그 역사는 짧다

함흥냉면이라 불리는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의 질긴 면은 애초에 감자 전분으로 뽑았다. 감자 전분은 감자를 갈아 비지(섬유질)는 빼내고 전분만 거두어 말려 분쇄한 것이다. 이 감자 전분은 처음부터 국수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한반도에서의 감자와 고구마 재배 역사는 길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식량 대체 작물로 대대적으로 보급되어 흔해진 것이다. 감자는 북부 산간지, 고구마는 남부 구릉지에 주로 심어졌다. 일제는 감자 주산지로 함경도를 주목하였다. 특히 1920년대 개마고원 개발에 나서면서 이 지역에 감자 재배 면적을 넓혔다. 일제는 가공산업용의 감자 전분을 이 함경도 지역에서 얻었다. 함경도 내륙에서 가공한 감자 전분을 함흥 등 항구로 옮겨와 일본과 한반도 전역으로 운송해갔다. 함흥이 감자 전분 운송 기지여서 그때에 함흥의 냉면집에서 감자 전분 국수를 처음 팔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자 전분 냉면이 함흥에만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메밀은 단독으로 반죽하여 면을 뽑기 까다롭기 때문에 예부터 녹두의 전분을 더하였는데, 감자 전분이 등장하면서 그 대체품으로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감자 전분이니 가격도 만만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벌써 냉면이 질겨 가위로 자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 서울의 고깃집 등에서 파는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에 메밀을 조금 넣은 냉면은 일찌감치 외식시장에 퍼졌다고 보아야 한다.

감자 전분만으로 뽑은 냉면을 두고 북녘에서는 농마국수라 불렀다. 농마는 녹말의 북녘 사투리이다. 이 농마국수의 탄생은 감자 전분의 대량 생산 외 기계식 국수틀의 보급이 있어 가능해진 일이다. 감자 전분 반죽은 돌반죽이라 할 만큼 딱딱하다. 전통적인 나무 국수틀로는 면을 내리기 어렵다. 나무 국수틀은 메밀 반죽을 내려도 장정 두서넛은 필요할 정도로 힘이 많이 든다. 1920년대에 기계식 국수틀이 개발되었다. 냉면집에서 이 기계식 국수틀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인건비도 줄이고 딱딱한 반죽도 면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감자 전분의 돌반죽도 이 기계식 국수틀이면 면이 쑥쑥 내려왔다. 지금의 함흥냉면을 있게 한 것은 이 기계식 국수틀 덕이 절반이다. 그러니까 감자 전분 냉면은 100년도 안 된, 근대의 산물이다. 이 농마국수에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의 농마국수 가게에서의 일이다. 실향민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이라며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

실향의 아픔 한 그릇

서울에 냉면 전문점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서울 사람들이 냉면을 적게 먹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냉면을 팔기 때문이다. 고기 구워 먹고 그 후식 삼아 냉면을 한 그릇씩 비운다. 그 냉면의 재료는 거의가 고구마 전분이다. 감자 전분이 비싸져 수입 고구마 전분이 냉면의 주요 재료가 된 것이다. 서울의 냉면 전문점은 평양냉면 또는 함흥냉면이란 간판을 붙이고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 높은 면을, 함흥냉면은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 면을 낸다. 여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이 냉면 전문점 앞에 서울시민들은 줄을 선다. 평양의 그 냉면을 먹어본 적도 없지만, 서울의 이 평양냉면이 그 맛일 것이라 여기며 먹는다. 개마고원의 그 넓은 감자밭을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감자도 아닌 고구마 전분의 국수이지만, 함흥의 오랜 전통 음식인 양 먹는다. 서울의 냉면이라 하여도 될 것인데, 가지 못하는 땅에 대한 애틋함이 깊어서인지, 커다란 면기에 담긴 평양 한 그릇, 함흥 한 그릇을 후루룩 삼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 냉면 - 평양과 함흥의 이름으로 먹는다 (팔도식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