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 다녀온 북한산 만석장어, 은평뉴타운 진관동을 지나 북한산성탐방센터로 가는 길에는 예전부터 등산객들을 상대로한 음식점들이 많았습니다. 북한산성 입구쪽이 지금처럼 등산용품점으로 도배 되기 전에는 주로 파전이나 토종닭, 두부요리를 하는 음식점들이 많았던거 같아요. 지금은 진관동 빠져나와서 부터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많이 들어서 있고, 대형 카페나 파스타전문점들도 아주 예쁜 모습으로 많이 생겨서 가족들과 외식하러 복잡한 시내로 가느니, 한적하고 북한산 자락의 경치도 함께 할 수 있는 이곳으로 오는걸 즐겨합니다. 지난 포스팅에도 소개한 것처럼 돈가스도 있고, 칼국수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갈비에 장어 왠만한 외식메뉴는 다 있거든요.
이중에서 오늘은 생긴지 얼마 안된 만석장어라는 집입니다. 만석장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집은 북한산성 쪽의 만석장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장어집인가 봅니다. 만석장하면 이쪽에 사시는 분들은 잘아는 집일텐데요. 북한산성입구에 두부요리 점문점으로 유명한 집이죠. 그 만석장이 여러가지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모양입니다. 이 만석장어와 만석쌈밥집이 있고, 만석장 브랜드로 광화문에 대규모 분점도 있고, 요즘엔 대형쇼핑몰 푸드코트에서도 많이 보이더군요. 작년에 오픈한 롯데몰은평점에도 물론 만석장이 있습니다. 이 만석장이라는 가게는 1969년에 개업을 지서 지금은 3대째 이어저 내려오는 가게라고 하는군요. 제가 이곳 사람은 아닌지라 오래전 등산객을 상대로 두부요리를 팔던 시절의 만석장은 보질 못했고, 최근에 북한산성 입구에 근사하고 고급스러운 대궐같은 기왓집으로 옮겨오고 부터 오게 되었습니다. 꼭 등산을 해서가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근교이기도 하고 멋진 북한산의 풍광을 감상하기도 좋고 해서 예전에 직장동료와의 점심이나 업무차 점심을 하러 북한산성쪽으로 가끔 왔었고, 이 만석장에도 가끔 들렀었지요. 얼마전에는 제가 즐겨보는 맛있는 녀석들에도 소개가 되었더군요. 이 만석장은 직접만든 두부 요리와 보쌈, 구이등의 고기 요리가 전문입니다. 점심에는 정식도 괜찮고, 두부김치도 맛있고 가게도 고급스럽고, 음식도 정갈하나 품위있게 나와서 손님접대에도 그만인 집입니다. 이곳에서 거의 50년째 장사하면서 등산객들의 인정을 받아 지금처럼 크게 되었을 텐데요. 역시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다하는 기본을 지켰기 때문에 그저 그런 관광지 식당에서 머물지 않고, 지금처럼 성장하게 되었겠지요.
만석장에서도 그렇고 만석쌈밥집도 고기를 황토가마에 초벌해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던데, 만석장어 역시 황토가마에 초벌을 해서 혹시 모를 흙냄새를 잡아 준다고 하는 군요. 가게에 들어서면 정면에 황토가마 초벌구이라고 해서 커다란 항아리들이 있는 방이 있는데, 거기서 장어 초벌구이를 하는가 봅니다.
초벌구이를 해서 어느정도 익은 장어를 가져와서 테이블의 숯불로 마저 구워줍니다. 물론 잡내없이 훌륭한 맛이지만, 솔직히 황토초벌구이가 장어 맛에 어느정도 작용을 하는 지는 미천한 제 혀로는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황토초벌구이와 그냥 숯불구이를 같이 놓고 맛을 비교해 보면 분명 황토초벌구이가 몸에도 더 좋고 맛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테지만, 그것을 못알아내는 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집은 양념구이는 없는가봐요. 메뉴에도 양념구이는 없습니다. 아마도 황토초벌구이가 충분히 장어맛을 살려준다는 넘치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래도 살짝 양념구이도 맛보고 싶은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이 집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장어를 깻잎 절임에 싸먹으라고 하더군요. 짜지도 않고 짱아치처럼 푹절여진것이 아니라 살짝 절여져서 생생한 식감도 향도 살아있는 깻잎절임이 고소한 장어맛을 한층 더 살려주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싱싱한 깻잎절임에 생강, 부추, 양파를 곁들여 장어 함점 싸먹으니 꿀맛이네요.
장어는 kg로 하지않고 1인분에 한마리 기준으로 주문하는데, 제 느낌에는 보통 장어집 장어보다는 씨알이 좀 작은 느낌입니다. 알이 굵은 장어는 세로로 세웠을때 두둠하니 잘 세워지는데, 알이 좀 작아서 세우면 넘어져요, 작다보니 두툼한 장어를 한입 꽉차게 먹는 맛은 아무래도 떨어지네요. 일부러 작은 사이즈의 장어를 쓰는 것 같은데, 맛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푸짐한 맛은 없어서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자리에 앉으니 전복이 포함된 세트메뉴를 권하시던데, 남들 다 좋아하는 전복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니 굳이 세트를 먹을 이유가 없지요. 그래도 서빙하시는 분이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 노련하게 권유하시더군요. 안그랬으면 시작부터 살짝 빈정이 상했을 지도 몰랐겠습니다. 왁자지껄하게 맨땅바닥 드럼통 테이블에서, 땀에 절어가며 직접구워먹는 무한리필 장어집도 또 그만의 맛이 있겠고, 이렇게 우아하게 앉아서 다 구워주고 잘라주고 입에 먹기 직전까지 서브해 주는 집은 편하기도 하고 조용히 음식을 즐길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집이건 밖이건 김준현씨 마냥 고기굽는게 제일이라서 일일이 다 구워주는 집은 사실 좀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이것도 다 음식값에 포함된 것이데 마다하는것도 예의는 아니겠지요.
후식메뉴로는 된장찌개, 장어탕, 라면, 잔치국수, 김치국밥이 있는데, 국수귀신이 잔치국수를 그냥 넘어갈일은 없고, 집사람은 김치국밥을 주문해봤습니다. 잔치국수는 후식메뉴라 그랬는지 너무 양이 적어요. 반그릇도 안나오는거 같습니다. 국수야 후루룩 몇번하면 끝인데, 넉넉하게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반면 김치국밥이 예상외로 괜찮았습니다. 사진찍는걸 잊어서 다먹고 빈그릇만 올려서 지저분해보이지만, 양은냄비에 바글바글 끓여서 나오는데, 고추가 들어있어서 칼칼하고 김치와 콩나물이 아주 아삭하니 맛있습니다. 이거 맛있게 먹었다고 기껏 장어 먹고 와서 김치국밥 한솥 끓여서 일주일 내내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분위기 조용하고 가족들끼리 외식하기에 크게 부담도 적은 집이었습니다. 만석쌈밥 황토초벌구이가 먹어 보고 싶어지는 군요.
장어
장어(長魚)는 말 그대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이다. 분류학적으로는 경골어류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포함되지만 무악류인 먹장어도 길이가 길다 하여 장어로 불린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뱀장어와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의 구별은 어떻게 할까?
어류가 아닌 먹장어
어류는 턱뼈가 있는 ‘악구상강(顎口上綱)’에서 경골어류와 연골어류로 나뉜다. 생태학적으로 뱀장어와 갯장어, 붕장어는 모두 뱀장어목에 속하는 경골어류이지만 먹장어는 턱뼈가 없어 무악류로 분류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둥근 입 때문에 원구류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무악류 또는 원구류는 척추동물 중 가장 하등한 무리이다.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먹장어는 흡반처럼 생긴 입을 이용해 물고기의 살을 빨아먹는 기생생활을 하거나 죽은 고기나 바다동물의 사체에 둥근 입을 붙여 유기물을 섭취한다. 먹장어란 이름은 눈이 퇴화되어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장어는 겉모습이 징그러운 데다가 식습성 마저 혐오스러워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태미너 식품으로 상당히 인기가 있다. 먹장어가 스태미너 식품이 된 것은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을 힘이 좋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먹장어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곰장어(꼼장어)라는 속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먹장어의 원조 격인 부산 자갈치 시장 곳곳에서는 사시사철 먹장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서구에서는 식용보다는 껍질(Eel skin)을 가공하여 만든 지갑이나 손가방, 벨트 등이 고급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먹장어의 껍질은 질기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2002년 국내 한 피혁가공 업체에서 가죽 가공용으로 수입한 냉동 먹장어를 식용으로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해방 직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가죽을 벗겨 내고 버렸던 고기를 구워 먹어 보니 맛이 그럴 듯하여 식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데 과거 우리가 먹었던 먹장어 중에는 악덕상인들이 유통시킨 공업용도 다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먹장어 요리를 먹을 때 사람들은 살아서 ‘꼼지락’ 거리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먹장어의 재미있는 특징중 하나는 이들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머리 뒤쪽에서 꼬리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 줄지어 있는 점액공으로부터 끈끈한 점액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이렇게 뿜어져 나오는 점액의 양은 한 동이의 물을 한천질로 만들 정도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점액질이 덩어리를 만들어 포식자의 아가미를 덮어서 질식사시키기도 한다.
아나고가 아니라 붕장어
붕장어라 하면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도 ‘아나고’라고 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붕장어의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는 붕장어가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자가 붙은 데서 유래한다. 붕장어의 학명 'Congermyriaster'에서 'Conger'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을 가지는 ’Gongros'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구멍을 뚫고 사는 붕장어의 생태적 습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뚜렷이 나 있는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별 모양 같다하여 싱만(星鰻)이라 부른다.
야행성인 붕장어는 모랫바닥 구멍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낮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이슥해지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작은 물고기 등을 닥치는 대로 포획한다. 밤에 돌아다니며 먹이 사냥을 하는 습성으로 인해 이들은 ‘바다의 갱’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붕장어가 먹이 사냥을 나설 무렵이면 붕장어를 낚아 올리기 위한 낚시꾼들의 채비도 바빠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장어가 구이뿐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붕장어 피에 있는 혈액독을 경계해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붕장어를 횟감으로 손질할 때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핏기를 가시게 하는 이유도 핏속에 들어 있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을 빼내기 위함이다. 이크티오톡신은 인체에 들어가면 구역질 등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눈이나 피부에 묻으면 염증이 생긴다. 이크티오톡신은 민물장어인 뱀장어의 혈액에도 많이 들어 있는데, 다행히 열에 약해 60도 전후에서 분해되므로 익혀먹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민물장어라 불리는 뱀장어
뱀장어는 흔히 민물장어라 부르는 종이다.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는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훨씬 뒤쪽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갯장어나 붕장어와는 차이가 있다. 회유성 어류인 뱀장어는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반대로 유생기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정도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난다. 자신이 태어난 수심 2,000~3,000미터의 심해에 다다른 뱀장어는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기의 뱀장어는 투명하고 버드나무 잎과 같은 모양으로 성체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서 유생기의 뱀장어를 댓잎뱀장어(Leptocephalus)라고 부른다. 댓잎뱀장어는 자라면서 난류를 타고 북상해 자신들의 어미가 떠난 하구 부근에 도착하면 실과 같이 가늘고 투명한 실뱀장어 형태로 변태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실뱀장어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매년 3월 초에서 말까지 하구에 모여드는 실뱀장어를 잡아 뱀장어 양식의 종묘로 사용한다.
뱀장어는 일생의 대부분을 하천에서 살다가 번식을 위해 심해에 도착해서야 생식기관이 나타나므로 오랜 기간 동안 어떻게 번식하는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뱀장어가 심해에서 알을 낳고 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후반에 와서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서부 태평양의 오키나와 동쪽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용으로 인기가 있는 뱀장어 양식에 성공하기만 하면 어민들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부화단계에서부터 댓잎뱀장어, 실뱀장어 과정을 거쳐 완전한 성체까지 키워내는데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부화단계에서부터 뱀장어 양식을 시도하여 길이 1.7cm 정도의 댓잎뱀장어 과정까지는 키워냈지만 길이 5~6cm에 이르러야하는 실뱀장어 과정까지 키워내는 데는 실패했다. 우리 과학자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뱀장어 중에서는 풍천장어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여기서 풍천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뱀장어가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들어올 때면 일반적으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강으로 들어오는 장어라는 의미에서 ‘바람풍(風)’에 ‘내천(川)’자가 붙었다. 풍천장어의 유래가 된 곳이자 특산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앞 인천강은 서해안의 강한 조류와 갯벌에 형성된 풍부한 영양분으로 인해 장어가 살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양식 장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역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보다 이곳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를 최고급으로 친다.
사나운 개처럼 물어대는 갯장어
여름철이면 횟집 메뉴에 ‘하모(ハモ)’가 등장한다. 여름이 제철인 하모는 갯장어를 뜻하는 일본어로 이들이 아무것이나 잘 물어대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갯장어는 전체적으로는 붕장어와 많이 닮았지만 붕장어에 비해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 편이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보다 앞에서 시작된다. 성체의 크기도 붕장어보다 큰 편이라 200센티미터에 이른다. 갯장어의 외형상 가장 큰 특징은 억세고 긴 송곳니를 비롯한 날카로운 이빨에 있다. 이들은 성질 또한 사나워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자산어보]에서는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로 묘사해두었다.
우리에게 갯장어라는 이름보다 하모로 더 잘 알려진 것은 갯장어를 즐겨먹는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자기네 나라로 전량 빼돌리기 위해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한 탓이 크다. 당시 갯장어는 하모라는 일본식 이름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어종이었던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수탈의 역사 중 한 토막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어 - 뱀처럼 긴 물고기 (이미지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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