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가 징그러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인 꼼장어, 그나마 냉동양념구이는 그 모양을 알기 힘드니 모르고 먹는다지만 살아있는 생꼼장어를 불위에 올렸을때의 기괴스러운 모양새는 선뜻 젓가락을 못가게 하는데, 이런 꼼장어를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먹는다하니,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는 하지만 참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못먹는거 없는 거 같아요. 살짝 비위가 약한 저역시 양념꼼장어는 몇번 먹어봤지만 산꼼장어는 쉽게 도전을 해보지 못했었는데, 오랫만에 동네에 놀러온 친구가 산꼼장어가 먹고 싶다하니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신내 먹자골목 끝자락에 있는 와우꼼장어라는 가게인데, 연신내에는 꼼장어 전문으로 하는 집이 거의 없더군요. 이가게가 저희 집하고 가깝기도 하고 자주 지나다니면서 한번 먹어볼까하는 생각이 있었기에 바로 결정했습니다. 국내산 산꼼장어는 거의 민물장어 값하고 맞먹네요.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일단 산꼼장어 대자로 주문해봅니다.
껍질을 벗기고 토막을 쳐놨는데도 난리가 아닙니다. 산낙지는 저리 가라인데요. 잘드시고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징그럽네요. 과연 쉽게 먹을수 있을지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합니다. 1kg인데 껍질벗겨놓으니 얼마 안되네요. 꼼장어는 예전에는 잘 먹지 않고 그 껍질을 가죽으로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껍질이 값어치가 있었다 하던데, 벗겨놓으니 반은 날라간듯 합니다. 노릇 노릇 잘구워서 한입 먹어봤는데 오묘하네요. 식감은 오독 오독하니 괜찮습니다만 기가막히게 맛있다는 느낌은 안듭니다. 바다생물의 약간은 비릿한 맛에 오징어, 낙지, 생선구이 등등을 섞어놓은 듯한 맛입니다. 냉동양념구이는 매콤 달콤한 양념맛에 쫄깃한 식감 그리고 오징어 말려놓은 것을 씹는 듯한 맛에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는데, 산꼼장어는 저에게는 글쎄요. 개인적으로 저하고는 안맞네요. 앞에 앉은 친구는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해서 다 드시라고 양보하고 저는 새우소금구이 좀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꼼장어는 이름만 장어일뿐 장어하고는 완전히 다른 생물이라고 하죠. 눈도 퇴화되어 있고 입도 없이 다른 물고기에 빨판을 대고 기생하는 생물이라고 어디선가 읽어 본게 생각이 나서, 아마도 이런 선입견 때문에 더 먹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뉴에 아나고 구이가 있던데 그거는 괜찮을 거 같네요.
먹장어
먹장어목 꾀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다른 물고기에 달라붙어 살과 내장을 파먹는 기생어류이다. 뱀장어와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으나, 경골어류(硬骨魚類)에 속하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와 달리, 턱이 없어 입이 둥근 원구류(圓口類)에 속하며 칠성장어와 유연관계를 갖는다. 주로 통발과 그물을 사용하여 포획한다. 해방 이후 지갑, 구두 등의 가죽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죽만 사용하고 버리던 먹장어를 싼값에 사다 구워 팔았던 것이 시초가 되어
식용하기 시작하였다.
몸이 가늘고 기다란 원통형이고 턱이 없다. 바다 밑 바닥 생활에 적응하여 눈은 상당히 퇴화되었으며
흰색 살갗에 묻혀 있어서 겉으로 알아보기 어렵다. 입 주변에 네 쌍의 수염이 있고 턱이 없는 대신 입
안의 혀가 잘 발달되어 빗살모양의 돌기가 나와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면에 6쌍의 아가미 구멍이 있으며 6번째 구멍이 가장 크다. 모서리가 둥그스름한 꼬리지느러미가 있으며 몸의 다른 곳에는 지느러미가 없다.
머리 뒤로부터 꼬리지느러미에 이르는 표면에 한 줄로 점액 분비선이 지나가며 여기에서 끈적한 점액을 분비한다. 체액이 바닷물의
농도와 동일하다.
서식지는 연안의 얕은 바다 밑이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어류로 주로 바다 밑 모래 또는
진흙바닥에 몸을 파묻고 지낸다. 빨판 모양의 입술을 이용하여 물고기나 오징어에 달라붙어 살과 내장을
빨아먹고 산다. 특별한 생식기관은 없으며 몸 안에 정소와 난소를 모두 지니고 있어서 암컷, 수컷 모두 될 수 있다. 발생과정에서 난소가 더 많이 발달하면 암컷, 정소가 더 많이 발달하면 수컷이 된다. 때때로 정소와 난소가 모두
발달하여 자웅동체가 되기도 한다. 짝짓기를 하는 계절이 정해져 있으며 알을
낳을 때에는 서식지보다 조금 더 깊은 바다 속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명칭·별칭
부산에서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꼼장어'라고도 부르지만 표준어 표기는 '곰장어'이며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정식 명칭은 '먹장어'이다. 먹장어라는 명칭은 바다 밑에 살다 보니 눈이 멀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지역에 따라 '묵장어', '꾀장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리
먹장어의 제철은 여름이나, 보통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는다.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A가 특히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은 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양념을 하거나, 양념없이 그냥 구워먹기도 하며 볶아서 먹을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기력이 부족한 환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통조림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먹장어 [inshore hagfish] (두산백과)
황교익 선생의 팔도식후경 부산꼼장어
징그러워도 맛은 있다
꼼장어는 먹장어와 묵꾀장어를 함께 이르는 부산과 경남 지역 사투리이다. 먹장어와 묵꾀장어는 색깔과 생태에서 조금 차이가 나지만 식용으로 쓰일 때는 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사투리이지만 꼼장어라는 단어를 대중들이 널리 쓰고 있으므로 이 캐스트에서도 꼼장어라고 부르기로 한다. 꼼장어는 원구류 먹장어목 꾀장어과 동물이다. 경골어류인 뱀장어[네이버캐스트 고창 풍천장어 참조], 갯장어[네이버캐스트 고흥 갯장어 참조], 붕장어처럼 몸이 길고 비늘 없이 미끄덩거려 장어라는 이름을 함께 쓰지만 ‘류’에서 갈라지니 이들 장어와는 생태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꼼장어의 입은 흡판이다. 먹이에 붙어 그 즙액을 빨아먹는다. 뻘 속에 살면서 눈이 퇴화되어 식별이 안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점액을 분비한다. 겉보기에는 분명 징그럽다. 그러나, 구우면 맛있다
자갈치와 꼼장어의 인연
꼼장어는 통발로 잡는다. 일본과 닿아 있는 우리나라 동남쪽 바다가 주요 어장이다. 최근에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아메리카 대륙 앞바다의 꼼장어를 수입하기도 한다. 수입 꼼장어는 껍질의 색깔이 짙다. 살아 있는 수입 꼼장어도 있는데, 조건만 맞으면 먹이 없이 2개월은 버티는 강한 생명력 덕일 것이다. 꼼장어의 가치는 껍질에 더 있다. 질기면서 부드러워 가죽 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부산에 꼼장어 식용 문화가 번진 것도 일제시대에 꼼장어 가죽 공장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은 꼼장어 가죽으로 게다(일본식 나막신) 끈과 모자 테를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고기는 먹지 않았다. 부산 토박이들에 의하면 당시에 간혹 꼼장어를 구워 먹는 이들도 있었다 하나 꼼장어 구이를 파는 가게는 없었다고 한다.
꼼장어 식용의 역사는 자갈치 시장의 역사와 함께한다. 자갈치는 원래 자갈이 많던 곳이라 붙은 지명인데, 1930~40년대 해안이 매립되면서 자갈이 다 없어졌다. 해방이 되면서 부산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집도 재산도 없던 그들은 어물저장고, 냉동고 등이 있던 자갈치에다 좌판을 냈다. 자갈치 시장이 열린 시초이다. 한국전쟁은 자갈치 시장을 한층 더 번창하게 만들었다. 피란민들이 너도나도 자갈치에 좌판을 벌였다. 이 즈음에 꼼장어 구이 좌판이 등장한다. 1950년대 중반 자갈치에 일곱 곳의 꼼장어 구이 좌판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자갈치 토박이들이 있다. 가난한 피란민들의 안주였을 것이다.
가난과 고추장의 힘
꼼장어는 살에 끈적한 점액이 있다. 그러니 회로도 국으로도 먹지 못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살짝 데쳐서 먹기도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조리법은 굽는 것이다. 자갈치에서는 살아 있는 꼼장어의 조리 과정을 다 볼 수 있다. 도마에 박힌 송곳에 꼼장어의 머리를 꽂고 껍질을 벗긴다. 내장을 떼어낸 후 토막을 치는데, 그래도 그 살은 꿈틀거린다. 불판에 올라가서도 빠닥빠닥 용을 쓰며 최후의 발악을 하며, 어떤 꼼장어 토막은 불판 밖으로 탈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결코 맛있어 보이는 조리법이 아니다. 여기에 고추장 양념이 더해지고 꼼장어가 익어가면 이런 징그러움은 잊힌다. 이 즈음에 이르면 꼼장어는 꼬들꼬들 야들야들 매콤 구수한 맛있는 음식으로 보일 뿐이다.
꼼장어는 세계에서 우리 민족만 먹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 환자용 꼼장어 통조림이 있다는 글이 있으나 확인할 수가 없다. 또 있다 하여도 유럽의 꼼장어 통조림은 맛으로 먹는 음식과는 다른 것이니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꼼장어를 즐기는 민족일 수 있다. 꼼장어 식용 문화는 먹을 것 없던 가난한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고추장이 없었더라면 그 식용의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꼼장어 구이는 달콤하고 매콤한 고추장이 불에 익으면서 내는 맛과 향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이다.
자갈치 토박이의 포장마차들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 구이를 파는 가게는 100여 곳이나 된다. 바다를 등지고 일렬로 늘어선 포장마차들이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가게들이다. 1950년대 좌판으로 시작하였던 ‘자갈치 아지매’들이 이 포장마차의 주인이었다. 이 아지매들은 나이가 들어 물러나고 2세대, 3세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간판들이 대부분 타지역의 지명을 달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한국전쟁 피란의 흔적들이다. 부산 토박이는 아니지만 자갈치 토박이들인 것은 맞다. 이 포장마차의 꼼장어 구이에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삶이,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가난을 버텨낸 우리 여인네들의 삶이 담겨 있다. 자갈치 포장마차 꼼장어 구이는 고추장 타는 매운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눈물을 살짝 어리게 할 수도 있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농민신문사와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향토음식과 지역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맛따라 갈까 보다], [소문난 옛날 맛集], [주말농장 즐기기],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 등의 책을 펴냈다. 향토음식과 식재료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http://blog.naver.com/foodi2'를 통해 네티즌과 음식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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