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을 생각나게 하는 쌀쌀해진 날씨 기념으로 잔치국수, 어탕국수에 이어 칼국수집 올려봅니다. 이 집은 칼국수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성지순례로 꼭 한번 다녀가시는 집인데요, 구리 교문사거리쪽에 있는 손칼국수집입니다. 간판에는 그냥 손칼국수전문 이라고 되어 있는데, 잉꼬칼국수 라는 상호는 예전 상호였는지 몰라도 잉꼬칼국수라고 불리는 집이죠. 아! 주차장에는 잉꼬칼국수라고 써있네요.
이 집 역시 맛집답게 점심시간에는 한참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 왠만하면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는편이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위치도 대로변도 아니고 간판도 실내도 유명해 보이지 않는데, 건너편 주차장을 보는 순간 아 엄청난 집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데요. 이 집만을 위한 대형 주차장인데 항상 꽉 꽉 차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점심시간을 피해서 1시반 정도에 갔는데도 줄을 한참이나 서있길래, 한시간정도 동네를 한바퀴 돌고 다시 왔는데도 가게 안에 3팀이나 대기하고 있더군요. 요즘같이 비도 오고 할때는 더욱 더 손님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비가 오면 칼국수가 땡기는 거는 당연 지사 이겠죠.
영업시간은 10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인데 오픈하면 무조건 줄서기 시작합니다.
홀에 테이블 6개정도 있고 안쪽으로 좌식테이블이 10개정도 있습니다. 이 집은 불편한게 다른게 아니라 가게안에서도 항상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홀에서 먹는 분들은 아무래도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보느라 많이 불편합니다. 사람많은 집에 가면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먹는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서로 눈을 힐끗 힐끗 마주치고 있는 모양새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먹는 사람도 바늘방석이요. 기다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먹고 싶겠어요.
밖에서 기다릴때는 같이 간 사람하고 이야기라도 하면서 기다리겠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왠지 머쓱해지고 불편해집니다.
안쪽에 좌식테이블에 앉게 되는 경우에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데 홀에서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적나라하게 먹는 모습을 생중계해야 하는 사람들은 또 어떻습니까, 아무리 낯이 두꺼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을 까요.
차라리 가게 안쪽으로는 못들어오게 하는 편이 기다리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편할텐데, 일손이 부족해서 인지 안내를 해주는 직원이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누가 통제 하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데 이런거는 이제는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알아서 밖에서 차례 차례 기다리고 그런 모습은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 런지요.
음식 얘기 하기도 전에 사설이 길었는데요. 이런 집에 올때마다 하도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 집도 주차장에는 차량통제하는 분들이 많던데 그 중에 한분만이라도 줄서는 분들 안내를 도와주어도 괜찮지 않을 까 하는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메뉴는 손칼국수 딱 하나입니다. 따로 메뉴판도 없고 그냥 머리수만 얘기하면 끝입니다. 맛집 다워요.
찬도 딱 두가지 겉절이와 석박지입니다. 칼국수에 뭐가 더 필요할까요. 칼국수 집이 겉절이가 맛없으면 장사 접어야지요. 근데 이 김치가 맛도 있지만 엄청 맵습니다. 멋모르고 덤볐다가는 속버리기 쉬우니 조금씩 덜어먹는 것이 좋습니다. 매운 고추가루 양념을 아주 엄청 듬뿍 넣어서 버무렸어요. 그래도 이 매운 겉절이를 칼국수와 같이 먹는 맛은 또 죽음이죠. 각자 먹을 만큼 덜어먹으라고 항아리 째 가져다 주는데 사람 욕심이 욕심인지라 엄청 잘라놓고서 매워서 먹지도 못하고 남기기는 아까워서 억지로 먹다가 뱃속에 불이 나는 그야말로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그만큼 매워요. 매울때는 적당히 익어서 식감도 좋고 시원한 석박지 한입 베어 물면 좋습니다.
일단 사진상으로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그릇도 상당히 크고 그 양이 사실 엄청납니다. 왠만한 남자도 남길 정도에요. 무작정 접근했다가는 완국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계획적으로 먹어야 끝을 볼 수 있어요. 뜨겁기도 하거니와 괜히 홀 앞에 앉았다가 빨리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섣불리 도전하다가 남기는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천천히 즐겨야 합니다.
우선 국물은 사골육수를 사용한 것 같은데, 그다지 무겁지 않고 깔끔하면서 시원합니다. 안에 내용물이 워낙 많아서 국물이 부족할 지경이에요. 술먹고 난 다음에는 국수를 조금만 국물을 많이 달라해서 해장용으로 먹어도 좋을 정도로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입니다.
이 집 칼국수의 특징은 칼국수에 사시사철 싱싱한 부추를 뜸뿍 얹어 준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많이 얹어 주길래 칼국수에 무슨 부추를 저리 많이 주나 했는데, 몇번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기 부추 좀 더 주세요 를 외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상하리 만치 칼국수 국물하고 생부추가 기가막히게 어울립니다. 칼국수를 건저 올릴때마다 숨이 죽은 부추가 같이 올라와 입속으로 들어가서 번지는 풍미가 아주 그만입니다. 부추는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니 망설이지 말고 더 추가해서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보통 바지락 칼국수 같은 칼국수에는 채썬 호박이나 감자가 약간 들어 있죠. 이집은 부추도 특이하지만 밑에깔려있는 엄청난 양의 포실포실한 감자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국수를 받아 들었을 때는 밑에 깔린 감자가 보이지 않지만 칼국수를 먹어가면서 주먹만한 감자가 계속 올라오게 되는 장관을 보게 되는 거죠.
언젠가 수요미식회에서 황교익 선생이 감자탕에 들어있는 감자가 입에 넣었을때 팍 하고 퍼지는 포실 포실한 감자를 만나면 너무 좋은데, 사실 포실 포실한 감자는 그런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인데 총 감자 재배량의 20% 밖에 안되서 감자탕에서 포실 포실한 감자를 만날 확율이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포실 포실한 감자를 만나게 되면 행운이라고 하던데, 이 집은 제가 갈때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항상 포실 포실한 감자가 가득 들어 있었어요. 주인장이 포실 포실한 감자를 일부러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집이겠죠.
집에서 감자를 쪄 먹어도 어떤것은 포실 포실하게 부서지는 감자가 있고, 어떤거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하던데 그게 단순히 녹말이 많아서 그런건줄로 알았는데 품종의 차이 였다고 하니 놀랍네요.
궁금해서 바로 찾아 봤습니다.
전분함량이 많고 쉽게 부서져 포실 포실한 감자는 수미종이라는 감자의 품종으로 1962년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종자 계량한 흰감자 계열의 고급품종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수입할때 수미감자 맛이 좋다고 하여 빼어날 수에 맛미를 써서 수미감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랭한 기후에서 키우기 쉽고 저장성이 좋아서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흰감자의 대표 품종이라고 하는데, 반면에 수분이 많은 종은 대마지종이라고 한답니다. 가끔 집에서 쪄먹으면 수미종하고 대마지종하고 섞여 있나봐요. 수미종은 별로 없던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네요.
감자칩중에 수미칩이라고 있잖아요. 그게 수미종으로 만든 감자칩이라는 뜻이었군요. 앞으로 감자 구입할때 한번 유심히 봐야 겠는데요.
이 집 칼국수 감자가 아마도 수미감자로 하는 모양입니다.
수저로 뚝 잘라서 입안에 넣으면 포실 포실하게 퍼지는 감자와 향긋하고 싱그러운 부추가 함께 어우러진 칼국수 이 맛때문에 구리까지 일부러 줄을 서가면서 와서 먹는 것이 겠지요.
자 그럼 이번에는 멀리 양평으로 가볼까요
양평에는 개군면 쪽에 신내서울해장국이 유명하죠. 예전에 선배가 취미로 고향인 양평에 고구마 농사를 조그맣게 할때 일손 도와주러 가면 아침에 들러서 먹곤 했는데, 양도 엄청나고 안에 내장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어서, 해장국 한그릇에 소주 한잔하기도 좋은 집이지요. 그건 해장국이 그렇다는 얘기구요. 여기는 칼국수 이야기 중이니 양평에 있는 칼국수 맛집 선희 칼국수집을 소개하겠습니다.
양평을 잘 알지 못하고 네비를 켜고 찾아간 집이라 정확히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양평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약간 시골길 같은 곳에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는 좀 허름한듯한 집이에요. 행주산성 지리산 어탕국수 이야기에서도 했지만 대부분 이런 스타일 집이 맛집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허름하게 하라는 법은 없지요. 충분히 깔끔하게 보수하고 개선해서 영업할 수 있을 텐데, 이미 엄청나게 장사 잘되고 있는데 그럴 필요를 못느끼시는 건지, 저로서는 좀 안타깝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집이니 어느 정도 여유도 있을테고 환경 개선에 몇달씩 걸리는 문제도 아닐진대 일이주 정도 문닫고 깨끗하게 수리하고 영업하시면 얼마나 좋을 까 다시 한번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특히나 화장실은 정말 제발좀 개선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거 하러가는게 아니라 먹으러 가는 건데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정말 입맛 떨어집니다. 그렇다는 얘기구요.
날이 더웠는데도 손님들이 많으시네요
메뉴는 만두와 칼국수 입니다. 만두국이나 접시 만두로도 먹을 수 있구요. 만두 귀신이니 만두도 주문해 봤습니다. 여기 만두는 이북식 김치만두 입니다.
칼국수 집의 생명은 겉절이죠. 이집 겉절이 물건이네요 달달하면서 매콤하면서 아주 맛납니다. 푹익은 열무도 괜찮습니다. 김치는 제대로 구색 갖춘 느낌입니다.
만두는 반만 주문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반만 시킬걸 그랬네요. 한접시에 만원이라 좀 비싸다 했더니 큼직한게 10개나 나오네요.
그야말로 투박하게 집에서 빚은거 같은 김치만두입니다. 저희 아버지 고향이 평안도시라 김치만두하면 저희 집도 한가락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두 빚어서 만두국 만들 수 있을 정도에요. 그만큼 자주 해먹는 음식이고 명절 특히 설에는 무조건 만두 빚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만들어서 온 동네 다 나눠먹습니다. 그만큼 이북식 만두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있는데, 이집 잘하네요. 이 만두는 그냥 고기만두보다 손이 한참 더 갑니다. 일단 들어가는 재료만 보아도 소고기, 돼지고기, 숙주, 두부, 잘 익은 김치에 각종 양념에 장난아니에요. 김치는 빨아서 보에다 물기 완전 빼주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두부와 숙주도 물기 빼고 속을 만드는데 만도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만두피도 저희 집은 직접 밀가루 반죽해서 기계로 뽑습니다. 일일이 반죽해서 동그랗게 잘라서 만두피를 만들어요. 이렇게 명절에 한오백개 만들다 보면 하루가 다 가지요.
그래도 오랫동안 먹어와서 설에 만두국 없으면 정말 서운하죠. 이렇게 진짜 김치만두 잘하는 집을 만나면 정말 반가운게 사실입니다. 먹어보니 매콤하니 맛있긴 한데, 만두피가 좀 아쉽네요.
그리고 바로 쪄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삶아놓은걸 살짝 데워 주는거 같아요. 그래서 피가 너덜너덜해요. 살짝 아쉬운 부분이네요.
칼국수 먹으러 와서 만두 얘기만 하고 있네요. 그만큼 괜찮다는 얘기인데 만두피만 좀 개선하고 번거롭겠지만 접시만두는 바로 쪄서 주면 정말 좋을거 같은데 말이죠. 만두속도 제법 충실하게 들어갈거 다 들어간 거 같아요. 만두국으로 먹으면 정말 괜찮을 만두입니다. 양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정도에 만원이면 괜찮은 거죠. 그 많은 양을 결국 다먹고 왔습니다.
그럼 이제 칼국수로 돌아와서 칼국수는 싱싱한 바지락에 호박, 고추등이 들어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구요. 국물이 시원하니 계속 들이키게 되네요. 다만 면은 손칼은 아니네요. 들쭉 날쭉 제멋대로 익은 손칼보다 차라리 이런 야들 야들한 기계면이 나을때도 있지요. 하지만 일부러 양평까지 칼국수 먹으로 오기는 좀 그렇고, 동네 계시는 분들은 좋겠어요. 이쪽에 들를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려서 칼국수와 만두국을 먹고 싶은 맘은 있습니다.
겉절이 척 올려서도 먹고, 좀 달다리 하다 싶으면 푹익은 열무 올려서도 먹구요. 깔끔하니 괜찮습니다.
蛇足 : 이렇게 사실 기본에만 충실해도 유명한 맛집이 되고, 요즘 사람들은 입소문 나면 먼길 마다하고 먹으러 다니니 장사도 잘될텐데, 무슨 배짱으로 이런 무한경쟁시대에 대충 만든 음식으로 장사하는 집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어제 다녀온 집 얘기 인데요. 이집은 따로 worst 집으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만, 하도 별로 라서 시작한 김에 이야기 할까 합니다. 워낙에 국수 종류를 좋아해서 당뇨까지 갖고 있지만서도 막국수나 잔치국수는 포기 할 수 없어서, 한번쯤 가봐야지 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다녀온 막국수 집입니다. 큰동서가 춘천에 살다 보니 막국수는 왠만하면 춘천가서 먹고 오고 서울에서는 잘 안가게 되는데, 저희 동네 근처인 북한산성 입구쪽에 예전부터 있던 막국수 집이 있길래 꽤 오래된 집이고 해서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있다가 마침 지나던 참에 가보게 되었지요. 음식수준 이야기 하기전에 위생상태부터 엉망이더군요, 다 떨어진 벽지하며 수저통의 젓가락이 얼마나 대충 씻어서 놨던지 손잡이 부분이 깨끗한 것을 찾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끈끈하기까지 하고 검은 때가 덕지 덕지 묻어 있더군요. 일단 여기서 밥맛은 저멀리 날라 갔구요. 혹기 곱배기도 되냐고 물었더니 한마디로 안된다 하더군요. 양이 부족 할듯하여 할 수 없이 메일전병을 추가로 시켰습니다.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공장냉동제품이 데워져서 나왔구요. 아니 막국수 전문점인데 그 흔한 메밀가루, 김치 갖다가 뭐합니까 나라도 메밀가루 있으면 까짓 메밀전병 만들어서 팔겠어요. 딱 두줄 데워주면서 5천원이 왠말입니까. 정말 한심하더군요.
지금 양평 선희칼국수 집 얘기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구요. 저희 동네 막국수집 얘기구요.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이면 들어가서 먹고 아무생각없이 또 가고 하는게 문제 같아요. 이런집은 다신 가면 안됩니다. 가지 말아야 자연스럽게 도태되지요. 그럼 메인인 막국수는요. 참기름, 설탕, 김가루 폭탄 입니다. 이렇게 왕창 때려넣으면 맛이 없을리가요, 너무 부담스러울정도로 맛있지요. 강원도 막국수 제대로 하는 집에 가면 이런맛 아닙니다. 경치 좋은 북한산에서 시원하게 막국수 한사발 할려다가 봉변 당한 기분이었어요. 당연히 다시는 안가겠지요. 나중에 사진으로 포스팅 제대로 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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