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여행 2번째 이야기입니다. 초당순두부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알쓸신잡 강릉편에 소개된 우리나라 바리스타1세대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으로 출발합니다. 아침 먹었으니 커피 마셔야죠. 게다가 강릉은 우리나라 최고의 커피도시로 불릴정도로 유명한 곳이니까요. 여전히 비도 추적추적오고 분위기 그만이네요. 근데 이럴수가 오픈이 8시인줄 알고 갔는데 문을 안열었네요. 일요일만 8시이고 다른날은 9시랍니다. 기다릴까 하다가 비도 오고 다음에 다시 올 핑계거리로 남겨두기로 하고 일단 커피는 한잔해야 겠기에 강릉커피해변으로 가 봅니다. 옛날에 집사람과 데이트할때 몇번 와보고는 정말 오랫만에 왔습니다. 그때하고 달라진 느낌은 크게 없는데 브랜드커피숍들이 많이 들어섰고 예전처럼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가게들 보다는 3~4층짜리 대형 커피숍들이 즐비하더군요. 듣기로는 서핑으로 뜨고 있는 양양해변이 예전의 강릉커피해변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주차를 하고 보이는 대형 커피숍들중에서 제일 시원시원해 보이는 카페 알베로라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아침일찍이다보니 손님들도 거의 없고 한적하니 비오는 해변을 바라보는 운치가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저멀리 파도소리까지 햇빛 쨍한 여름날보다 왠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 좋습니다.
요즘은 지역마다 대표특산물을 컨셉으로 하는 빵이 없는 곳이 없던데, 여기 강릉은 역시 커피빵이 있습니다. 만주처럼 된 커피빵이 있길래 맛보기로 했죠. 디저트로는 티라미슈도 한조각하구요. 문제는 젤 중요한 커피가 좀 아니었습니다. 조망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은데 커피가 좀 아쉽네요. 가게에서도 물론 좋은 커피를 위해 노력했겠지만, 명색이 커피해변인데 제가 보기에는 커피맛에 좀더 신경을 쓰는게 어떨지 하는 생각입니다. 커피만주는 이집에서 만드는 것은 아닌거 같고, 커피향 가득한 달달한 만주에요. 모양도 커피콩처럼 생겼고 크기도 아기주먹만 하니 나름 맛있습니다. 보헤미안박이추커피를 맛보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지만, 어쨋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다음 먹을거리를 찾아 떠납니다.
강릉 커피
강원도 강릉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최초로 커피 축제를 개최한 곳으로 1세대 바리스타인 커피 명장, 커피 박물관, 커피 농장, 커피 거리, 커피 공장, 바리스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커피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 대부분이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로 성업 중인 명실상부한 커피 도시다. 강릉 커피를 맛보기 위한 여행 상품으로 ‘강릉 커피 테마 투어’가 사계절 지속되는 등 대한민국 커피 문화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00년의 차 향기로 꽃피운 커피 사랑
강릉은 1,000년 전 신라 화랑들이 차를 달여 마신 유일한 차 유적지 한송정(寒松亭)이 있는 곳으로, 예부터 차를 즐겨 마시는 고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다도 인구가 많은데, 이는 일찍부터 커피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강릉 커피 거리로 회자되는 강릉항 일대는 1980년대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으나 커피 자판기 5~6대가 생겨나면서 강릉은 물론 영동 지역 청춘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았고, 바다 동네에 자연스럽게 커피 마을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세대 바리스타로 손꼽히는 박이추(朴利秋)가 손으로 커피를 직접 볶아 내려 마시는 커피를 선보인 뒤로 강릉 커피 문화는 꽃피기 시작하였다. 특히 최초의 상업용 커피 공장, 커피 박물관과 커피 농장 등 쟁쟁한 커피 명인들과 함께 커피 템플 스테이, 커피 힐링 캠프, 커피 공원, 커피 갤러리, 한옥 카페 등 특화된 커피 명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커피 관련 인구와 문화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2009년 10월, 지방 자치 단체 최초로 강릉 커피 축제가 개최되었다. 강릉 커피 축제는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강릉 문화 재단이 커피 축제를 위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2011년, 일본 고노 커피 회장단이 강릉 커피 축제를 직접 찾아 커피 시연 행사를 하였고, 중국 운남성 커피 생산 도시인 망시(芒市)와 도시 간 교류가 성사되어 상호 교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커피 연합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의 대표 커피 축제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커피 문화의 확산으로 커피 비누, 커피 화장품, 커피 향주머니, 커피로 그린 그림 등 커피 미술과 공예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며, 커피 관련 아카데미도 각 카페별로 진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 지역민 사이에서의 커피 사랑도 화제이다. 새벽녘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수망이나 뚝배기, 도자기 등으로 커피를 볶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 애호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점심이나 저녁식사 이후에도 2차로 카페를 찾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스페셜티 커피들도 쉽사리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 커피 생산지에서 직접 생두를 수입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8월에는 산업 통상 자원부가 인정하는 지역 특화 산업으로 ‘강릉 커피’가 선정됨으로써 커피를 통한 지역 산업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강릉항 커피 거리는 물론 경포, 연곡, 사천, 영진 등 바닷가 마을마다 카페가 집성촌을 이룬 커피 특화 거리가 발달되어 있으며 솔올 지구, 중앙동 도심 지구 주거 단지에도 커피 로스터리 숍이 번성하면서 자연스레 ‘커피 도시 강릉’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강릉의 바다, 산,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안은 예쁜 커피집들이 늘어남에 따라 강릉시에서는 관광 지도를 ‘커피 지도’로 별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해마다 10월에 강릉 커피 축제가 개최됨에 따라 10월이 커피의 달로 인식될 정도로 커피 애호가의 사랑고 받고 있다. 이처럼 강릉 커피가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강릉 지역 해변 마을은 횟집보다 커피 전문점이 더 많은 동네로 변모하여 커피 도시 강릉의 느낌표를 찍고 있다.
아름다운 커피 나라, 강릉
정동진부터 주문진까지 바닷길 따라 어우러진 수많은 기암절벽과 누정들은 수많은 스토리와 인물, 시와 문장을 품고 있다. 바다를, 대양을 품은 오랜 어촌 마을과 옛 도시들의 기억. 1,000년 전 신라 화랑들은 그 많은 절경 중에 천리 바닷길을 거슬러 올라 이곳 강릉까지 와서, 한송정과 경포대 일원을 터전 삼아 차를 달여 마셨을까? 1,000년 후 강릉에서 커피 축제를 베풀게 된 연유도 고도의 차향(茶香)이 깃들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커피 도시 강릉. 생소한 이름의 축제와 브랜드가 오히려 외지에서 더 알려져 있는 기현상까지 생겨났다. 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셔 보는 것은 기본이며 수공예와 커피 염색, 커피 인형, 커피 플라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상력의 축제가 강릉의 산, 들, 바다를 커피 향으로 뒤덮는다.
강릉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바다마다 은은한 커피향이 휘감아 돈다. 이젠 사천이나 연곡, 안목 등지의 바다는 횟집보다 커피집이 더 많다. 화려한 도심의 곳곳에도 작고 앙증맞은 커피집이 골목마다 커피 아로마 그윽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강릉 커피를 지켜가는 비결이다.
직접 콩을 볶는 로스터리 커피숍과 커피 공장, 커피 농장, 커피 박물관, 커피 거리에 이르기까지 강릉은 커피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그러하기에 오늘도 강릉 특유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전국의 커피 마니아들은 성지 순례하듯 강릉을 찾는 것이다.
초록별 지구에 커피별이 솟는 동네
강릉의 산, 들, 바다 곳곳은 커피와 낭만의 향기가 초승달처럼 날마다 돋는다. 관광안내 지도에 커피 지도가 있는 곳은 강릉이 유일하다. 강릉의 풍경을 직접 그려 넣은 커피 지도는 강릉만의 새로운 테마 투어 아이템이 되고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꿈꾸는 도시처럼 ‘커피별에 피는 꽃을 먹’듯이 강릉은 날마다 꽃을 먹는 별천지가 되었으면 한다. 커피별에 사는 사람들의 별난 커피 사랑과 커피 이야기. 재미있는 것은 커피별이라는 상상력? 커피 도시로의 향기로운 초대가 커피별 나라로의 초대라는 생각이다. 외로운 초록별 지구에서, 그리고 그 안의 작은 점인 강릉에서 커피별을 상상하자는 셈이다. 커피로 만나는 향긋한 별천지. 그곳이 강릉이다. 커피별 여기저기서 콩을 볶고, 커피나무를 심고 나누며, 커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읊고, 음악을 나누고, 플로리스트들이 펼치는 아트 커피콩, 커피 플라워전시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테마의 시간들이 시나브로 펼쳐진다.
국내 최초의 콩 볶는 로스팅 대회
지난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커피콩을 볶아 최고의 커피콩을 가리는 콩 볶는 로스팅 대회가 전국 70여 개 전문 로스터리 숍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기도 하였다. 이름하여 ‘2012 골든 커피 어워드’. 국내 쟁쟁한 커피 로스터들이 모여 최고의 콩을 가리는 신나는 콘테스트인 것이다. 이후 ‘학생 바리스타 경연 대회’, ‘관광객들이 뽑는 커피 별’, ‘마카롱 경연 대회’까지 강릉은 커피와 연계된 다양한 대회와 콘테스트를 해마다 연다. 국내의 콩 볶기로 유명한 고수들이 대거 참가하거나 다양한 커피쟁이(?)들의 만만찮은 입담에 오르내리는 홍역을 치르며 많은 소리들이 섞일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강릉의 카페들 중엔 평범한 핸드 드립 커피에서부터 증기압과 진공관을 활용한 아날로그의 향수 사이폰, 간편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모카 포트 등 다양한 커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커피를 수망에 넣어 직접 볶아보는 체험을 커피 박물관이나 명주동 커피 사랑채 등에서 해볼 수 있는 것도 재미난 볼거리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강릉 커피 축제은 어느새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본 아오모리의 커피 명장이 방문하여 세미나를 갖기도 했으며, 중국의 커피 생산지로 유명한 운남성 망시(芒市)의 공식 방문단과 공연단이 참가하기도 했다. 국제 무형 문화 축전과 동시에 펼쳐져 전 세계 무형 유산 도시 국가 대표자들이 커피 축제를 참관하고, 다양한 커피 체험을 즐기기도 하였다. 특히 김태우, 예지원 주연의 커피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이 커피 축제 특별 이벤트로 예술 극장 신영에서 시사회를 가진 바 있다.
영화는 쉼의 미학을 권한다. 백석(白石)의 시가 눈밭을 나타샤와 함께 당나귀를 타고 떠나라고 권하듯이, 동해 드넓은 강릉의 바닷가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물회와 한정식을 마주하며 힐링할 것을 은근히 권한다. 배우들이 연신 외쳐대는 “강릉 가자.”는 얘기는 조성규 감독의 평소 강릉 예찬론과 마주하는 것이다. 도시인이 바라보는 강릉의 이미지는 커피와 차, 따뜻한 자연과 맛있는 한국인의 밥상, 그리고 드넓은 동해와 호수, 산 그림자가 어우러진 환상의 공간인 것이다. 이를 시각화하여 영상으로 담아내고, 영화화하여 풀어내는 작업의 강릉의 창조적 콘텐츠의 지평을 넓히는 또 다른 작업인 셈이다.
커피와 다른 문화 콘텐츠와의 만남
커피 축제에 커피만 선보여야 하는가? 사실 그것만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커피는 원래 차의 일종이고, 차와 연관된 다양한 문화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피의 유래가 본래 종교적, 주술적 의미에서 출발했다지만 파리와 비엔나의 수백 년 카페들은 모차르트와 사르트르, 나폴레옹과 스탈린, 알베르트 카뮈와 르누아르, 사무엘 베케트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미술, 문학과 철학, 유명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예술의 소통 창구 구실을 해 왔다. 그것이 우리 한반도에 건너올 때에도 처음 정부 관료와 외교관들의 소통 창구에서 출발했고, 1920년대를 넘어서면서는 문화 예술인, 특히 당대 룸펜이라 불리던 예술인의 낭만이자 해방구 구실을 톡톡히 했다.
강릉의 유명 작가들 모임인 ‘화강회’ 전시회에 갔다가 재미있는 기록을 발견하였다. 제1회 창립전이 1971년에 이뤄졌는데, 그 장소가 다방이었다. 원로 작가들께 물어 보니 당시만 해도 전시 공간이 없었던 터라 카페에서 사진이나 그림, 조각 작품 등을 전시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고 한다. 실제 1980년대 중반, 강릉의 대학로 찻집 ‘다랑’에서는 문학 강연, 시 낭송회, 사진전, 미술 작품전 등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이용되곤 하였다.
날마다 진화하는 카페 문화
커피를 마시는 곳 카페. 그 카페가 강릉에서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주유소 안에 카페가 들어서는가 하면, 골목길에도, 해안 언덕에도, 숲속에도 생겨나고 있다. 떡방앗간 카페가 있는가 하면, 북유럽의 빈티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빈티지 카페, 기와집을 리모델링한 분위기 있는 한옥 카페, 가구 디자인을 함께 볼 수 있는 디자인 카페, 매월 음악회를 열고,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가 존재하는 곳. 그곳이 강릉이다.
늦은 밤이면 골목마다 낙엽 타는 냄새처럼 커피콩 볶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나가기도 하고, 커피 투어단이 숲속으로, 바다로, 호수로, 농장으로 찾아다니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동네. 그리하여 젊은 청춘들이 커피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커피 문화의 씨 뿌리고 꽃 피우는 강릉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한 층위와 방향성이 존재한다. 전통을 보존하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듯 다른 한편에서는 창조적 콘텐츠와 다양한 상상력의 숨결을 배태하는 작업도 끊임없이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새로운 꽃을 피워야 하는 것이다. 최초의 차 문화도 기실은 인도 공주이자 가락국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왕비인 허황옥(許黃玉)이 새로 들여 온 것이었듯이, 우리 문화의 대명사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초충도(草蟲圖)」는 당대 화풍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였으며, 교산(蛟山) 허균(許筠)의 『홍길동전(洪吉童傳)』은 당대 전통 사회를 뒤흔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 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문화를 살찌우고, 비온 뒤의 죽순처럼 뻗어가는 문화의 줄기임을 의미한다.
이제 강릉은 바다를 바라보며 갓 볶은 고급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커피별로 거듭나고 있다. 해넘이와 해돋이의 시간에도 커피별 강릉의 밤바다에서 커피한 잔 어떨까? 짭조름한 파도 소리와 밤바다의 고깃배 풍경, 붉고 푸지게 물드는 해돋이의 장관은 축복이다. 그곳에 커피별처럼 오롯이 떠오르는 조용한 아침의 풍경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커피의 도시 강릉 [-都市江陵]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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